2013년 3월 28일 목요일

거대한 어항-공장

중학교 3학년 어느 날, 엄마가 고등학교 선행학습을 해야 하니 학원 테스트를 보러 가자고 했다. 어쩌다보니 종합반에 등록했다. 오후 여섯 시 경부터 밤 열두 시까지 학원에 있어야 했다. 방과 후 3시간 수업-3시간 자습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들어가고 보니 같은 학교 아이들도 많이 있었고, 그 애들은 모두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애들이었다. 얼떨떨했다. 지금도 나에게는 어려운 해커스 토플 보카 책을, 그 애들은 하루에 7일치씩 외워서 시험을 보고 있었다. 기준 점수 미달이면 두꺼운 몽둥이로 맞아야 했다.

그 학원은 2층 전체를 자습실로 쓰고 있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외벽 외의 모든 벽은, 아니 칸막이는 투명했다. 거대한 어항-공장이었다. 한번은 가위를 눌렸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꿈이었다. 나는 살면서 그곳만큼 공부가 잘 되는 끔찍한 공간을 본 적이 없다.

일단은 맞기 싫어서 공부했다. 그리고 자존감을 지키고 싶어서 공부했다. 진도를 따라잡으려면 두 시간 일찍 학원에 나가야 했다. 오후 네 시부터 열두 시까지 학원에 있었다. 나는 지금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 두세달 동안에는 나보다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그 때 공부한 영어가 후에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그 때는 그저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몸부림이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외고 시험날이 되었다. 면접이 끝나고, 모든 아이들이 학교 건물을 나서며 서럽게 울었다. 나는 그저 얼떨떨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왔다. 11월 11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