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5일 목요일

"유언비어"보도에 대한 단상



최근의 혼란에 유언비어 탓하는 정부와 언론이 많다. 유언비어, 즉 근거 없는 뜬소문은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유족에 상처를 준다. 고로 언론은 유언비어를 모아 보도하며 비난하고, 정부는 이를 엄히 처벌하려 한다.

희생자를 모욕하는 일베 게시글을 굳이 캡쳐하여 보도한 YTN과 온갖 유언비어를 긁어모아 비난하기 위해 보도하는 tv조선의 예를 보면, 이들이야말로 유언비어 전파의 제1통로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유언비어를 전파하는 사람들의 입을 선제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그런 소리를 거르고, 그 파급효과가 큰 것은 검증하여 의혹을 푸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단순히 (상대를 공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언비어들을 한데 모아 보도함으로써 역으로 유언비어들에게 중요성을 부여한다.

이런 조리돌림은 인터넷 기사 말미에 붙는 '네티즌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네티즌 의견'이 사실 언론사의 '우리 의견'이고, 이런 조리돌림의 대상은 '쟤들의 의견'인 것 뿐이다.

가치 없는 의견에 왜 전파를 낭비하는 것일까?

2014년 4월 22일 화요일

편히 잠들기를.

나까지 이 이상 무슨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14년 4월 20일 일요일

정약용

"편지 한장 쓸 때마다 두번 세번 읽어보면서 이 편지가 사통오달한 번화가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이 편지가 수백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받지 않을 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본 뒤에야 비로소 봉해야 하는데, 이것이 군자가 삼가는 바다."

SNS의 시대에 재조명되어야 할 말씀이다.

일관성

최소한의 일관성이 없는 조직을 믿어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정해진 담당자가 꾸준히 실종자 가족들을 접촉하면서 솔직한 상황을 전했다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2014년 3월 16일 일요일

쓰레기통 모형(Garbage can model)과 트켓몬(Twitch plays pokemon)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쓰레기통 모형이 뭐야?" "트켓몬이 뭐야?" 둘 중에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참 묘한 소재지만 요새 공부하며서 짬짬이 트켓몬 밈을 따라잡다 보니 이런 이상한 걸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트켓몬은 twitch plays pokemon의 약자로, 접속자들이 채팅에 입력한 커맨드를 그대로 받아들여 포켓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임방송이다. 시청자 수가 만 단위에서 십만 단위를 넘나드니 실제 채팅 참가자 수가 1%만 되어도 게임의 진행은 혼돈 그 자체일 수밖에. 심지어 몇 시간 동안 회복 하나를 못하고 마을 안을 빙글빙글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니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어려운 부분에서 쓸 수 있도록 democracy라는 새로운 체제가 등장한다. 일정 시간 동안 입력을 받아 가장 높은 투표를 기록한 커맨드를 실행하는 것이다. (말만 들으면 democracy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입력과 실행간 시차 때문에 상당한 인내심과 예측, 협력을 필요로 한다.)

자 그러면 쓰레기통 모형이란 무엇인가. Garbage Can Model은 조직의 구성단위나 구성원 사이의 응집성이 아주 약한 혼란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의 특징을 강조하는 모형이다. 이러한 혼란상태를 조직화된 무정부상태-organized anarchies라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의사결정이 쓰레기들이 마구 엉켜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쓰레기통 모형이다.

쓰레기통 모형에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문제성 있는 선호(problematic preferences)이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트켓몬 플레이어들 간에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합의가 없다. 그리고 각 개인들조차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 pc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이 난관을 민주주의로 돌파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이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둘째, 불명확한 기술(unclear technology)이다. pc에서 썬더를 꺼내오려면 무슨 연속 커맨드에 투표해야 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딜레이나 커맨드가 먹히는 속도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계속 시도해 볼 수밖에 없다. 목표가 명확하더라도 최선의 수단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수시적 참여자(part-time participants)이다. 플레이어들은 언제든지 게임에 참여할 수 있고 언제든지 접속을 종료할 수 있다. 그나마 트켓몬의 플레이어 집단은 대규모라 이런 측면이 의사소통의 장애물로 부각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 경우 의사결정은 문제가 있다->해결책을 찾아보자->사람 모아서 회의하자->통과!가 아니라, 문제의 흐름, 해결책의 흐름, 참여자의 흐름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다가 기회가 있으면 갑작스레 해결책이 채택되는 식이다.

이러한 무정부상태에서 의사결정이 일어나려면 점화계기(triggering event)가 필요한데, 예를 들어 pc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파오리 Dux가 실수로 방생되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충격을 받은 모두가 힘을 모아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의 방식은 주로 1. 진빼기 결정(choice by flight): 관련된 문제들이 스스로 다른 기회를 찾아 떠날때까지 기다리기, 2. 날치기 통과(choice by oversight)인데... 트켓몬이 대부분 미국 시간으로 새벽, 사람 없는 시간대에 진행이 빠르다는 점에 부합한다...

지금 이 시각, 트켓몬은 레드버전에 이어 크리스탈 버전을 클리어한 상태이다. 이들은 하나의 종교를 세우고 그 신들과 다시 싸워 이기는 서사를 성립시켰다. 그것만으로도 참여자 모두는 성공한 것이다. 그렇지만 게임 자체의 스토리라인이나 퍼즐이 이미 존재하는 해답을 돌파해나가는 것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몇 명의 참가자가 채팅이나 레딧 등에서 다른 이들을 리드해줄 수 없었다면?

2014년 3월 4일 화요일

으아아.

스타트렉 tos return of the archons 존좋. 왜 행성 컨셉이 저런지는 모르겠는데 크루들이 정장입고 빔다운하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소재는 육체는 그대로 둔 채 인간들의 의식을 통합하여 선하게 만드는 기괴한 유토피아. 아직 끝까지 못 봄.

앨저넌에게 꽃을 장편은... 찰리 고든이라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과 성장하면서 겪는 사춘기적 고통, 퇴화의 과정을 추가한 내용이었다.

흠, 여초 커뮤니티의 외부에 대한 강박적 공포감 혹은 혐오. 과하단 생각이 든다. 단순히 문을 걸어닫는 정도가 아니라 언급조차 못하게 하거나 분노를 만만한 대상에게 쏟아낼 때.

마음을 다잡아야지.

2014년 2월 22일 토요일

잡담 2014 02 22


-
여기에 오면 폐허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기분이 들어 매우 편안하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잠시 트위터도 휴면. 가끔은 강박적으로 타임라인을 읽는 내가 너무 피곤하다. 나는트위터에서 무의미한 데이터 스트림이 되는 감각을 무척 좋아하니까, 곧 다시 돌아가겠지만.

-
지난 번에 며칠 연체하는 바람에 도서관 대출을 2월 내내 정지당했다. 제때제때 반납할 걸. "앨저넌에게 꽃을" 장편 버전 빌리려고 했는데.

-
트위치와 레딧을 돌아다니고, 스타트렉을 아껴 보고, 팬픽을 읽으면서, 여전히 웹생활은 보람찹니다...

2014년 1월 8일 수요일

피폐화



칙칙한 색의 패딩, 커다란 백팩에 어깨를 푹 수그리고 종종걸음치면서 지나가는 스테레오타입들. 다들 안색이 나쁘다.

2014년 1월 5일 일요일

회고


2008년은 수험공부에 매진하던 시기였다. 당시 서울역 근처에 있던 모 학원은 모교 졸업생들이 많이 선택하던 곳이었다. 상담하러 가서 성적 명단을 보니 아는 이름이 한둘이 아니었다.

늦봄부터 인터넷에서는 광우병 이야기가 퍼졌고, 시청 앞 광장에서는 소규모 촛불집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주로 이글루스 포스팅을 통해 광우병에 대한 여러가지 글을 접했다. 반론도 이오공감을 통해 읽었다. 내 습성에 따라 모든 것을 읽고 내린 나름의 결론은, 가능성은 있지만 발생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이었다.

광우병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아주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꾸준히 진행되고 있던 소규모 집회는 pd수첩을 계기로 대규모화되었고, 졸속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처리과정과 정부관료의 안이한 기자회견 내용이 불을 붙였다. 또 하나, 초기 시위들은 매우 소규모였으나 블로그와 인터넷 뉴스를 통해 심한 진압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현장으로 뛰어나가는 양상을 보였다.점점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갔다. 내 경우에 결정적이었던  장면은 전경이 저항하지 않는 한 여성을 짓밟는 장면이었다. 광우병의 공포보다도 직접적인 충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공격할 의사도 능력도 없어보이는 한 사람을 집회 참가자라는 이유로 폭행한다는 사실. 

집회는 이를 계기로 점점 더 거세어졌다. 학원에서 시위장소까지는 걸어서 30분은 걸렸지만, 그 여름 가장 큰 시위가 있던 날은 학원에서도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반 남학생 둘이 집회에 같이 가자고 말했을 때, 나는 한참을 우물쭈물한 끝에 거절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떠난 후 마음을 바꾸었다. 홀로 짐을 챙겨 시청 앞으로 향한 것이다.

완전히 동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시위대와 행동을 함께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무슨 배후가 있거나 종북이라서 시위에 나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고, 더 많은 사람 수로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대한민국에 종북이 이렇게 많다니...'로 반응한 것 같다.)

대단한 인파였다.동화면세점 앞 대로에서 시위대에 끼려고 기웃거리던 나를 공교롭게도 아까의 두 남학생이 발견해주었다. 나는 겸연쩍어하며 그들 옆에 앉았다.

최대의 시위. 이른 저녁인데다 인파가 워낙 많아서 경찰들은 손을 대지 못했다. 인파에 비하면 자그마한 무대에서 초대가수가 노래를 하고 국회의원이 덕담을 했다. 그것은...그러니까ㅡ, 아주 맥 빠지는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mb 퇴진을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어쩐지 맥이 빠졌다. 내 성격의 탓도 있겠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들어본 결과 그런 무기력감은 나만 느꼈던 것은 아닌 듯하다.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었다. 시위대는 어디론가 가고자 했지만 아무데도 가지 못했다. 끊임없이 이어진 차벽과 경찰을 뚫고 간다고 해도 어디에 도달할지 의문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나섰지만, 그것만으로 뭔가 바뀌지는 않았다. 정부가 너그럽게 받아들여주어야만, 뭔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 등장했던 'MB 퇴진'이라는 구호는 희극적이었다.

시위에 참가한 다음날, 나는 역 가판대에서 신문을 두 부 샀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었다. 거기에는 완벽하게 분리된 두 세계가 있었다. 한 신문은 서울 도심에 나타난 거대한 폭도(!)의 집단을 묘사하였고 또 한 신문은 대안적 민주주의의 새 장이 열렸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직접민주주의니 대안적 민주주의니 하는 말에 냉소적인 것은 이 때의 경험 탓이다.) 우리의 상황은 둘 중 어느 것과도 거리가 멀었다. 

시위대는 정치인들을 싫어했다. 민주당 국회의원이 나타났을 때 참으로 싫어하던 시위대의 모습이 기억난다. 우리는 "정치적이지 않아야" 했다. 시위대에 일종의 지도부가 생기는 것도 달갑지 않아 했다. 나도 그랬다. 일종의 강박관념이었다. 우리는 순수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정치적 요구를 하면서 정치적이지 않아야 했던 딜레마.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이라는 것은 상당한 멸시를 각오하는 일이다. 일베도 노빠도 깨시민도 마찬가지다.  정당성, 진정성이라는 뽕에 취하지 않으면 정치적이기 어렵다...그리고 뽕에 취한 극단주의자들이 다시 정치혐오를 조장한다. 도돌이표.

나는 곧 학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울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고 신문 기사를 통해서만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시위는 천천히 사그라졌다. 그렇지만 시위대가 사라져도 전경버스로 된 긴 벽만은 꽤 오래도록 그 곳에 남아있었다.

며칠 고민해보았지만 아직 나는 이 글을 마무리할 깜냥이 안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 시위의 가장 큰 영향은 우파의 공포를 자극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종북 몰이로 이어져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심이 들어 회고를 해 보았을 뿐이다.

[독서] 12월에 읽은 것들 - 호수의 여인 외

호수의 여인 The Lady in the Lake, 안녕 내 사랑 Goodbye My Lovely
레이먼드 챈들러
북하우스

<호수의 여인>은 레이먼드 챈들러를 시리즈로 읽는 중에 순서를 모르고 집어든 책. 전적으로 챈들러가 조성하는 분위기와 필립 말로의 매력이 힘이다. <안녕 내 사랑>에서는 말로의 의외의 연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말로와 덩치 큰 전직 경찰이 풍기는 오묘한 분위기는 나의 후죠시각 때문만은 아니렸다.


대리전
듀나
이가서

2006년 작. 대리전이라는 중편소설과 그 외 몇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예전 조선일보에 칼럼 연재하던 시절 알게 되긴 했으나, 잡지 판타스틱이나 웹진 수록작 말고는 별로 읽어보지 않았다. 지금까지 읽은 것들도 대부분 재미있었고, <대리전>도 좋았다. 왜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하고 싶어할까? 라는 의문에 설득력 있는 대답인 듯.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매튜 A. 크렌슨/벤저민 긴스버그
후마니타스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민주주의가 시민을 소비자화하고 주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납세와 전쟁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던 '주인'들은 이제 그 힘을 잃고 정부 서비스의 단순한 수혜자가 되어가고 있다. 시민 참여의 기회들은 참여의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자원이 있는 시민들만 참여할 수 있게 하여 참여를 극소화시켰다.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정부에 접근하게 되며 집단 동원의 유인이 줄어들게 되었고, 따라서 자원이 없는 계층은 완전히 소외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소송을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시민을 동원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시민들은 엘리트들이 그들을 더이상 동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에 주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들은 민영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시장 메커니즘은 대중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공공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책임을 모호하게 하고, 집단적 목표를 분절된 조각들로 나누어 놓는다." 민영화된 시설은 서비스의 질을 낮추어 이윤을 높이려는 유인을 갖는다. 민영 교도소들은 수감과 처벌이 가혹하고 길며, 민영 교도소 운영 회사들이 수감 기간을 늘리려는 로비를 하고, 인력부족으로 인한 폭력충돌이 더 잦다고 한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
야스다 고이치
후마니타스

일본의 넷우익 단체, "재특회"를 취재한 내용을 담은 얇은 책이다. 일종의 풀뿌리 운동으로서 거리에 나온 이들은 실은 평범한 사람들로, 재일 조선인을 공격하는 것으로 연대감을 느끼고 인정감을 얻고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진실에 눈을 떴다"고 주장하고, "일본은 좌익 세력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한다. 조선인 학교 앞에서 욕설을 하는 행위는 일본인이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도된 피해의식은 실은 최근 세계 도처에서 흔히 목격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뿌리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잊기 전에 메모메모.

2013년 12월 2일 월요일

[독서] 물의 세계사

물의 세계사 Water -The Epic Struggle for Wealth, Power, and Civilization
스티븐 솔로몬
주경철, 안민석 옮김

인간 문명의 번성에 물의 확보와 효율적 사용은 필수적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변수들을 제외하고, 세계사를 "물"이라는 자원의 게임으로 만든다. 물은 생존의 필수 수단이자, 동력의 원천, 이동의 수단, 투쟁의 대상인 자원 등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저자는 고대 문명부터 시작하여 그들이 어떻게 물을 다루었는지, 그로 인해 번성하고 또 왜 물 때문에 쇠퇴하였는지를 그려나간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p.184
"충분히 범람한 강물은 첫 3세기동안 아랍 지배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반대로, 낮은 범람 수위를 기록한 945~976년 시기에는 경작지가 줄어들었고 969년 시아파가 파티마 왕조를 정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파티마 왕조의 지배가 허물어진 것 역시 두 세대 동안 범람 수위가 줄어든 까닭인데, 이떄에는 식인과 전염병이 발생하고 급수시설이 파괴되었다..."

고대나 중세의 사회들은 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흥망이 결정되었고 강의 범람이 왕조의 흥망성쇠를 일으키기도 했다는 서술은, 독립변수로서 물의 강력한 지위를 짐작하게 한다. 중앙집중형 관개국가-중국과 같은-에 비교해서 수자원을 통제하기 힘들었던 유럽의 중세에는 권위주의적 중앙집권국가 대신 시장 중심적 도시들이 생겨났다는 해석도 흥미롭다.


p.373
"한 시대를 좌우하는 초강국의 핵심 지역에 설치된 상하수 기반 시설은 그 문화의 우월성을 예고하는 전조이자 동시에 그 우월성이 성립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산업혁명, 그리고 거대 댐과 운하의 시대가 열리며 인류는 물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 대목에서 저자는 현대의 물 문제를 경고하기 시작한다.

p.458
"현재의 사용 추세와 관행, 예측 가능한 기술 등을 고려했을 때, 개도국의 수십억 인구가 서구에 준하는 번영과 건강 수준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경제 성장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담수가 증발과 강우로 이루어지는 자연적인 물의 순환에 의해 지표로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비효율적인 관행과 지하 대수층(이는 지표수와 달리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에 대한 지나친 채굴은 물 생태계를 고갈시킬 염려가 있으며, 기후를 변화시키고 땅을 염분 가득한 죽음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저자는 시장의 효율성을 도입하고 주변국간의 협력을 통해 수자원을 활용하고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개한다.

특히 강력한 초점을 가지고 글을 전개하는 근-현대 부분이 아주 좋다.

[영화] 토르: 다크 월드

토르: 다크 월드

키워드: 우아한 깨방정, 후죠시의 기쁨

아, 짱이었죠. 형제의 콤비 플레이도 즐겁고, 달시도 느무느무 이쁘고, 내가 바라던 모든 것이 있었던 영화였다. 사실 최애캐가 토르였는데 이번을 계기로 바뀔지도. 왜 모두 로키에 그리 열광하는지 알아버림. 물론 전개는 전부 다 예상해버렸지만 재미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 아홉 세계를 넘나드는 싸움도 인상깊었다.

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하루 일과 끝나고 차 한 잔


얼마 전 생일 선물로 받은 차 세트를 열어 한 종류씩 맛보고 있다. 오늘은 로즈마리.



선물로 같이 받은 컵인데 차를 우리니 좀 어항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자취방에는 이 정도면 적절하다. 제대로 된 찻주전자나 찻잔이 있어 봤자 방이 삭막한걸.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다. 아아 좋다...

운동

오랜만에 엄청 열심히 운동했다. 오전까지는 목 위에 달린 부분을 지탱하기가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몸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역시 운동부족이 문제였나.

2013년 11월 26일 화요일

-

나는 이사가 달갑지 않았다. 마포구의 산꼭대기에 있었던 마당 넓은 전셋집은 내가 아는 유일한 집이었다. 매년 나는 마당에서 냄비를 들고 아버지가 따 주는 복숭아를 받곤 했다. 옆집 남자아이와 잠자리를 잡으러 산 속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내가 이사가 싫다고 하자, 엄마는 그럼 맨날 산 넘어서 학교 가야 하는데, 하고 겁을 주었다. 나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결국 이사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새 집을 청소하러 갔을 때, 태어나서 아파트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신도시라는 곳에는 언덕도 없고 구불구불한 길도 없었다. 나는 그 곳을 꽤 좋아하게 되었다. 마당은 없었지만 마당 비슷한 작은 뜰이 아파트 뒤편에 있었고, 주변에는 큰 공원도 있었다. 공원이 정식으로 개장하던 날 나는 아버지 어깨 위에 목마를 타고 앉아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지금도 너무 선명한 나머지, 삽입된 가짜 기억 같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영화] 그래비티 Gravity

그래비티 Gravity 2013

키워드: 산드라 블록 몸매, 우주우우우, 지구가 최고.

4d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관람. 괴롭다. 애초에 4d를 가정하고 1인칭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면 모를까, 등 뒤에서 걷어차는 초등학생처럼 거슬리기만 한다.
사실 그래비티는 '보는' 것보다 '우주체험'에 더 가까운 경험이었는데, 4d가 어울릴 법도 하지만 그렇진 않았다. 신기한 것으로서의 우주공간을 보여주는 만큼 이야기 자체는 고전적이다. 그래서 좋은지도.

비가 그치고


비가 그치고 햇빛이 살짝 비치길래 바로 블라인드를 걷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요 며칠 먼지가 심해서 환기를 못 하고 있던 터였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키면서 가구를 옮기고 청소를 했다. 이런 별 것 아닌 것들이 기분이 좋다.


[책] 빅 슬립


빅 슬립Big Sleep
레이먼드 챈들러
박현주 옮김
북하우스

키워드: 관악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빌린 책.  내가 처음 읽은 레이먼드 챈들러. 하드보일드 탐정의 원조라는 필립 말로의 첫 등장.

몇몇 직유("일자리를 얻지 못한 쇼걸이 마지막 남은 고급 스타킹을 사용하듯 조심스럽게 힘을 사용해서 말했다")나 대사는 조금 오글거렸지만, 그럼에도 멋이 있다. 타락한 세계에서 자신의 윤리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기사라니. 그렇지만 가장 특출난 점은 세계를 구현하는 솜씨인 것 같다.

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어떤 생각


스스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은 인생의 선택지를 극도로 좁힌다. 사실 일 안 하고 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나는 남의 돈에 얹혀 살면서 추하게 늙지 않을 자신이 없다. 그러니까, 정년까지 버틸 수 있는 개인적 탈출구로서의 어떤 일. 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