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일 월요일

[독서] 물의 세계사

물의 세계사 Water -The Epic Struggle for Wealth, Power, and Civilization
스티븐 솔로몬
주경철, 안민석 옮김

인간 문명의 번성에 물의 확보와 효율적 사용은 필수적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변수들을 제외하고, 세계사를 "물"이라는 자원의 게임으로 만든다. 물은 생존의 필수 수단이자, 동력의 원천, 이동의 수단, 투쟁의 대상인 자원 등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저자는 고대 문명부터 시작하여 그들이 어떻게 물을 다루었는지, 그로 인해 번성하고 또 왜 물 때문에 쇠퇴하였는지를 그려나간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p.184
"충분히 범람한 강물은 첫 3세기동안 아랍 지배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반대로, 낮은 범람 수위를 기록한 945~976년 시기에는 경작지가 줄어들었고 969년 시아파가 파티마 왕조를 정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파티마 왕조의 지배가 허물어진 것 역시 두 세대 동안 범람 수위가 줄어든 까닭인데, 이떄에는 식인과 전염병이 발생하고 급수시설이 파괴되었다..."

고대나 중세의 사회들은 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흥망이 결정되었고 강의 범람이 왕조의 흥망성쇠를 일으키기도 했다는 서술은, 독립변수로서 물의 강력한 지위를 짐작하게 한다. 중앙집중형 관개국가-중국과 같은-에 비교해서 수자원을 통제하기 힘들었던 유럽의 중세에는 권위주의적 중앙집권국가 대신 시장 중심적 도시들이 생겨났다는 해석도 흥미롭다.


p.373
"한 시대를 좌우하는 초강국의 핵심 지역에 설치된 상하수 기반 시설은 그 문화의 우월성을 예고하는 전조이자 동시에 그 우월성이 성립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산업혁명, 그리고 거대 댐과 운하의 시대가 열리며 인류는 물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 대목에서 저자는 현대의 물 문제를 경고하기 시작한다.

p.458
"현재의 사용 추세와 관행, 예측 가능한 기술 등을 고려했을 때, 개도국의 수십억 인구가 서구에 준하는 번영과 건강 수준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경제 성장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담수가 증발과 강우로 이루어지는 자연적인 물의 순환에 의해 지표로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비효율적인 관행과 지하 대수층(이는 지표수와 달리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에 대한 지나친 채굴은 물 생태계를 고갈시킬 염려가 있으며, 기후를 변화시키고 땅을 염분 가득한 죽음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저자는 시장의 효율성을 도입하고 주변국간의 협력을 통해 수자원을 활용하고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개한다.

특히 강력한 초점을 가지고 글을 전개하는 근-현대 부분이 아주 좋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