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일 월요일

2012년 11월 30일, 드레스덴 Dresden

새벽에 일어나 5시 49분 기차를 탔다.  사실 티켓도 잘못 끊었는데 검표하는 차장 아저씨가 잠시 고민하더니 봐주었다. 뮌헨에 도착해서 레일 패스 개시하겠다고 Reisezentrum, Travel center를 찾아 돌아다녔는데 한 바퀴를 돌아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창구 언니가 저 쪽이랬는데...
고민하던 나에게 어느 할아버지가  Was suchen Sie? 하고 물어본다. 당황해서 트...트래블 센터? 이랬더니 열 걸음 앞에서 찾아주신다. 당케 쉔을 외쳤더니 기특했는지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고 가셨다. 예상치 못한 친절이 기쁘지만 나 몇 살로 보인 걸까 생각하면 조금...흑흑


무사히 패스를 개시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3.2유로짜리 랩핑된 샌드위치를 샀다. 이게 나의 아침 겸 점심이었다. 맛은 그저 그랬다.

고속기차를 타고 뉘른베르크에서 갈아탔는데, 드레스덴까지 한참을 가야 하는 기차는 그 지방의 느린 기차였다. 창 밖 풍경은 발 한번 디디지 않은 눈밭. 눈이 많이 온다 싶더니 기차가 거북이걸음을 한다. 안내방송에서 들리는 단어는 langsamer(천천히?) 밖에 없다. 아마 지연되나 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옆자리 독일 여자분은 스도쿠 하느라 정신이 없고.

기차는 한시간 반 늦은 세시 반에야 드레스덴에 닿았다. 북쪽으로 오자 오히려 눈이 그치고 비가 조금씩 왔다. 호스텔로 가는 국철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유럽의 겨울답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호스텔은 낡고 아늑한 곳이었다. 짐만 정리하고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러 나갔다.


지도도 보지 않고 무작정 걸었다. 호스텔이 신시가지에 있었기 때문에 방향만 구시가지로 잡고 있었다. 신시가지에도 깔끔한 느낌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있었는데,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글뤼바인을 마시고 있었다.

구시가지로 가는 다리에서 바라본 드레스덴은 정말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어떤 멍청이들이 여기에 폭격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드레스덴이 커트 보네거트의 제 5도살장에서 묘사된 대로 철저히 파괴를 당한 것은 사실이다. 18000명이 폭격으로 희생되고 도시는 폐허로 변했으며, 동독 정부는 전쟁을 기억하기 위해 이를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1989년 통일 후에야 지금의 모습대로 재건되었고 드레스덴은 번화한 도시가 되었다. 신 시가지에 과거의 어두운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음악소리와 소시지 굽는 냄새를 따라 걸어가니 작은 광장에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이 나타났다. 3유로 정도인 글뤼바인을 사 마시자 추위도 견딜만해졌다.컵 보증금으로 3유로를 더 내야 하는데 컵을 돌려주면 다시 준다.

인파를 따라 내려가자 프라우엔 교회 앞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반대방향에는 드레스덴의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인 알트마르크트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다. 작은 무대에서는 캐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어린아이들은 킨더푼쉬(무알콜 글뤼바인)를 마시고, 어른들은 모여서 손을 녹이며 이야기 중이다. 아기자기한 장식물, 놀이기구, 조명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다리 아픈 것도 잊고 걷게 만든다.




(하지만 배는 고팠기 때문에 튀링겐 소시지에 글뤼바인도 한잔 더 마셨다.)
집에 돌아올 때쯤에야 추위가 느껴졌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조금 쉬었다.  4인 믹스돔에 남자만 둘 묵고 있어서 코 고는 소리가 시끄럽긴 했지만 잘만 했다. 드레스덴에서 잠시라도 얘기했던 사람들은 참 친절하고 평온했다.
여기 있는 사진들은 엄청나게 많은 예쁜 사진들 중에 랜덤으로 몇 개 고른 것일 뿐이라는 사실...

댓글 1개:

  1. 지나다 들어와 구경 잘 했습니다. 여행중이신 것 같은데 건강조심하세요. 반갑구요. 졸졸 따라다니면서 구경할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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