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하루 일과 끝나고 차 한 잔


얼마 전 생일 선물로 받은 차 세트를 열어 한 종류씩 맛보고 있다. 오늘은 로즈마리.



선물로 같이 받은 컵인데 차를 우리니 좀 어항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자취방에는 이 정도면 적절하다. 제대로 된 찻주전자나 찻잔이 있어 봤자 방이 삭막한걸.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다. 아아 좋다...

운동

오랜만에 엄청 열심히 운동했다. 오전까지는 목 위에 달린 부분을 지탱하기가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몸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역시 운동부족이 문제였나.

2013년 11월 26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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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사가 달갑지 않았다. 마포구의 산꼭대기에 있었던 마당 넓은 전셋집은 내가 아는 유일한 집이었다. 매년 나는 마당에서 냄비를 들고 아버지가 따 주는 복숭아를 받곤 했다. 옆집 남자아이와 잠자리를 잡으러 산 속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내가 이사가 싫다고 하자, 엄마는 그럼 맨날 산 넘어서 학교 가야 하는데, 하고 겁을 주었다. 나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결국 이사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새 집을 청소하러 갔을 때, 태어나서 아파트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신도시라는 곳에는 언덕도 없고 구불구불한 길도 없었다. 나는 그 곳을 꽤 좋아하게 되었다. 마당은 없었지만 마당 비슷한 작은 뜰이 아파트 뒤편에 있었고, 주변에는 큰 공원도 있었다. 공원이 정식으로 개장하던 날 나는 아버지 어깨 위에 목마를 타고 앉아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지금도 너무 선명한 나머지, 삽입된 가짜 기억 같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영화] 그래비티 Gravity

그래비티 Gravity 2013

키워드: 산드라 블록 몸매, 우주우우우, 지구가 최고.

4d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관람. 괴롭다. 애초에 4d를 가정하고 1인칭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면 모를까, 등 뒤에서 걷어차는 초등학생처럼 거슬리기만 한다.
사실 그래비티는 '보는' 것보다 '우주체험'에 더 가까운 경험이었는데, 4d가 어울릴 법도 하지만 그렇진 않았다. 신기한 것으로서의 우주공간을 보여주는 만큼 이야기 자체는 고전적이다. 그래서 좋은지도.

비가 그치고


비가 그치고 햇빛이 살짝 비치길래 바로 블라인드를 걷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요 며칠 먼지가 심해서 환기를 못 하고 있던 터였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키면서 가구를 옮기고 청소를 했다. 이런 별 것 아닌 것들이 기분이 좋다.


[책] 빅 슬립


빅 슬립Big Sleep
레이먼드 챈들러
박현주 옮김
북하우스

키워드: 관악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빌린 책.  내가 처음 읽은 레이먼드 챈들러. 하드보일드 탐정의 원조라는 필립 말로의 첫 등장.

몇몇 직유("일자리를 얻지 못한 쇼걸이 마지막 남은 고급 스타킹을 사용하듯 조심스럽게 힘을 사용해서 말했다")나 대사는 조금 오글거렸지만, 그럼에도 멋이 있다. 타락한 세계에서 자신의 윤리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기사라니. 그렇지만 가장 특출난 점은 세계를 구현하는 솜씨인 것 같다.

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어떤 생각


스스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은 인생의 선택지를 극도로 좁힌다. 사실 일 안 하고 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나는 남의 돈에 얹혀 살면서 추하게 늙지 않을 자신이 없다. 그러니까, 정년까지 버틸 수 있는 개인적 탈출구로서의 어떤 일. 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