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6일 화요일

-

나는 이사가 달갑지 않았다. 마포구의 산꼭대기에 있었던 마당 넓은 전셋집은 내가 아는 유일한 집이었다. 매년 나는 마당에서 냄비를 들고 아버지가 따 주는 복숭아를 받곤 했다. 옆집 남자아이와 잠자리를 잡으러 산 속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내가 이사가 싫다고 하자, 엄마는 그럼 맨날 산 넘어서 학교 가야 하는데, 하고 겁을 주었다. 나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결국 이사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새 집을 청소하러 갔을 때, 태어나서 아파트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신도시라는 곳에는 언덕도 없고 구불구불한 길도 없었다. 나는 그 곳을 꽤 좋아하게 되었다. 마당은 없었지만 마당 비슷한 작은 뜰이 아파트 뒤편에 있었고, 주변에는 큰 공원도 있었다. 공원이 정식으로 개장하던 날 나는 아버지 어깨 위에 목마를 타고 앉아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지금도 너무 선명한 나머지, 삽입된 가짜 기억 같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